나는 강하고 방어할 줄 아는 사람을 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조용히 인내하는, 침묵하며 항복하는 무방비 상태의 사람이었다. 나는 부주의하고 조금 무례한 행동을 한 번 했을 뿐인데, 그에게는 그것이 심판이 되어버렸다. -<데미안> 중
학교에 다니고 있던 학생이든, 사회에 나가서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는 사회인이든, 우리는 자신감이 가득하고, 힘이 넘쳐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그런 사람들은 남의 말을 잘 들어주며 시기적절한 조언을 해주며, 우리는 그들로 부터 많은 위안과 힘을 얻기도 한다. 어떤 일에도 굴하지 않을 것 같은 의지를 나타내며, 자신이 갖고 있는 비전을 남들에게 내비친다.
그들이 입고 있는 갑옷은 우리의 갑옷과 달라보이며, 그 누구의 것보다 빛나보인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무기는 그 자체로 빛이 나며, 무엇이든 척살할 수 있을 것 같이 날카로워 보인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항상 밝아보이며,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아보이는, 그런 철인같은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그들처럼 강인해져야 한다고, 그들처럼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 누구보다 약한 사람일지 모른다.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말이다. 그들이 단단하게 입고 있는 빛나는 갑옷은 알고보니 빛나기만 할 뿐인 천조각일지 모르고, 그들의 무기도 형광빛을 내기만 하는 장난감 칼일지 모른다.
우리가 그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던지는 말은, 감당하기 어려운 뾰족한 창일지 모르며, 그 뾰족한 창을 멋진 갑옷으로 튕겨낼 것만 같은 그는 무방비하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참히 찔려 죽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 누구보다 강인한 사람이라고, 이제는 사람이 하는 말 따위 그저 작은 돌멩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살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무의식적으로 듣는 말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비수처럼 꽂히는 때가 있다. 그렇게 생긴 상처는 반드시 아문다. 아물지 않는다면, 어떻게서든 벌어진 부분을 꼬맨다. 그렇지만, 흉터는 사라지지 않는다. 누구나 이런 경험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니깐 말이다.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한 인간이니깐 말이다.
우리는 이런 아픔을 인내해야 한다. 인내하지 못하면, 스스로 치유하지 못한다면, 멈추지 않는 피에 영혼까지 잃을 것이다.
단순히 빛나 보이는 갑옷, 멋져보이는 갑옷이 아닌, 진정으로 나에게 딱 맞는 나를 위한 튼튼한 갑옷을 입어야 한다.
누군가의 훌륭한 갑옷을 뺏어입는다고, 내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며, 그런 강함보다, 내게 딱 맞는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승리하는 법이다.
'깊이 생각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세 시대를 산다는 것 (0) | 2021.04.03 |
---|---|
아직도 돈과 행복의 크기가 같다고 생각하는가? -행복의 역설 (0) | 2021.04.03 |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 위한 5가지 요소 (0) | 2020.10.17 |
오프라인 매장의 미래 (1) | 2020.10.13 |
기계화를 긍정적으로 보아야 하나 (0) | 2020.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