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가볍기를 기원하지 마라. 등이 더 튼튼해지길 기원하라."

시어도어 루스벨트 (Theodore Roosevelt)

깊이 생각해보기

기계화를 긍정적으로 보아야 하나

노란섬 2020. 4. 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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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에 우리는 모든 것이 기계화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산업혁명 초창기에 많은 사회개혁가들은 기계화를 도시 대중들을 가난과 노역으로부터 해방시켜줄 수 있는 최고의 희망으로 간주하면서 기계화를 찬양했다. 이 시대에는 그럴만하다. 힘들고 고된 가난과 노역에서 해방된다니.. 이 얼마나 꿈같은 일인가?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사람들은 어쩌면 오래전부터 고대하고 있었던 순간일지 모른다.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1924년 쓴 글에서 "기계는 아름답기에 추앙을 받고, 힘을 주기에 가치를 갖는다." 라고 말했다. 이 말은 21세기인 현재에도 받아들여지는 말이다. 기계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각종 과학기술들이 합쳐져 모든 부품들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시너지를 갖는 것을 보면 아름답다. 그리고 실로 이 기계들은 우리에게 '힘'을 준다. 

 

현재 회사들을 보면 'Microsoft'사의 파워포인트, 워드, 엑셀 없이는 업무의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들의 사용으로 한 사람이 10시간에 걸쳐 했던 일들을 과장하자면 2-3시간 만에 다 수행해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런 효율성에 감탄하고 흠뻑 빠져들게 된다. 한번 이러한 효율성의 급증을 맛보게 된다면, 절대 끊을 수 없을 것이다.

 

회사의 직장인뿐 아니라, 음악가들도 효율성을 높여주는 프로그램들에 매료될 수 밖에 없다.

직접 손으로 쓸 수 밖에 없었던 악보들은 'Sibelius, Musecore, Finale'등의 디지털 사보 프로그램을 사용함으로써 악보를 그리는 시간이 몇 배는 빨라졌다. 작곡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보면 디지털 사보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악보를 만들어냈다면 흔히 DAW(digital audio workstation)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으로 실제 연주자들을 부르지 않고도 우리가 핸드폰으로 들을 수 있는 '녹음된 듯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주자들을 연습시킬 필요도 없으며, 페이를 지불하지도, 공간을 마련하지 않아도 완성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상업계에서는 실제 연주자들을 선호한다. 영혼이 담기지 않은 음악은 음악이 아니라는 통용되는 관념이 있어서인 듯하다. 이에 나도 동의한다.)

 

미술가들도 그저 종이에만 그리던 그림을 '아이패드'에다 그려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존에 종이에 그리던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닳아 없어지지 않는 다양한 색상의 물감이 스크린 상에 제공되고, 이런 물감은 손에 묻을 일도 없으며 다시 구입할 필요도 없다. 실수로 그린 것을 손쉽게 다시 지워내 예전처럼 작품 전체를 버릴 필요도 없어졌다. 어떤 미술인이 여기에 매료되지 않겠는가.

 

 화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AR(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화학물들을 실험해볼 수 있다. 잘못 섞거나 떨어뜨려 사고가 일어날 일이 없어 훨씬 안전하다. 구하기 힘든 화학물도 무한대로 제공되니 학생들의 창의력은 그만큼 무한대로 늘어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어떤 분야든 기계는 우리에게 '힘'을 주고 있다. 기계가 없어지면 힘을 잃는 사람은 주변을 둘러봐도 수두룩 할 것이다. (물론 기업과 학교 모두 포함이다.)

 

앞서 말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기계를 예찬하면서도 기계의 부정적인 면도 제시하며 양면성에 대해 말했다. "기계는 음흉하기에 미움을 받고, 노예 상태를 강요하기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기도 하다." 기계는 우리에게 모든 걸 내주는 듯하면서도 우리의 것을 빼앗음으로 음흉하다고 말할 수 있다.


확실히 기계가 우리에게 많은 힘을 주고 직업의 다양함을 늘렸지만, 그만큼 뺏은 직업의 양도 셀 수 없다.

산업혁명시대에 숙련된 근로자들은 자신의 일자리와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해 기계 파괴 운동(Machine Breaking) 운동을 추진했다. 이들은 기계들이 자신들의 숙련된 기술을 쓸모없게 만들어 버린다는 이유. 일자리를 없앤다는 이유로 기계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기술자들에 대해 이해가 간다. 오랫동안 시간과 돈을 써서 얻은 기술들이 쓸모없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계를 혐오의 대상으로 생각해버릴지 모른다. <인간과 기계>의 저자는 "기계가 일자리 상실 시대의 시작을 알린 건 아니었지만, 실업을 약간 짜증 나는 일 정도가 아니라 인류가 겪어야 할 중대한 전염병들 중의 하나로 만들어버렸다. 지금부터 생산성이 향상될수록 우리의 삶은 더욱더 비참해질 것이다"라고 했다. 이 말은 우리에게 격강심을 주는 듯하다. 하루가 다르게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는 사이에 우리의 일자리가 살아져 가면서 비참하게 만들어갈 거라니? 이 말을 듣고 경각심을 받지 않는다면 당신은 축복받은 직업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계를 예찬해야 할까, 혐오해야 할까?

 

와일드는 "모든 지적이지 못한 노동, 모든 단조롭고 지루한 노동, 모든 불쾌한 조건에서 해야 하는 끔찍한 노동을 기계가 전부 대신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미래는 기계를 얼마나 노예로 잘 활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나는 해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기계가 점점 우리의 윗자리를 노리려고 할 때, 우리는 그 자리를 내주지 말고, 그 위에 군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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