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가볍기를 기원하지 마라. 등이 더 튼튼해지길 기원하라."

시어도어 루스벨트 (Theodore Roosev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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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의 비밀, 어떻게 해야 집중할 수 있는가

노란섬 2022. 1. 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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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직면해야 할 가장 어려운 일은, 오래 집중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Hugo Gernsback, 1925

건즈백은 다작 발명가이자 공상 과학의 선구자이다. 그는 자신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창문들 통해 들어오는 거리의 소음, 어딘가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 전화나 초인종 벨소리 등 소음이 너무 많았다.

 

Hugo Gernsback, Isolator

그래서 건즈백은 'Isolator'를 발명한다. 이 발명품은 외부 소음을 95% 차단해 주는 나무 헬멧으로, 눈을 위한 작은 유리 창문 2개와 숨쉬기 힘들 때를 대비해 탈부착이 쉬운 산소 튜브가 연결되어 있다. 이 발명품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불완전한 해결책이었다. (생각해보자. 집중이 필요할 때마다 누가 이걸 쓰려고 하겠는가. 나무로 만들어서 몇분만 착용해도 목이 아플 것 같다.)

 

100년이 지난 현재, 소음 문제는 더 악화되었다. Isolation Helmet은 사라지고 그 대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이어폰과 디지털 추적 차단기, 최적의 정신 능력을 발휘할 방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생산성 대가들의 개인 컨텐츠들이 인터넷에 즐비하다. 하지만 정신을 번잡스럽게하는 것들 또한 더욱 늘었다. 날이 갈수록 소음에 대한 저항이 무의미한 듯하기까지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집중할 수 있을까?

 

목차

     

    집중

    집중은 무엇일까? 어떠한 상태가 집중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완전히 집중하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눈치채지 못한다. 즉, 하나의 일 외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다른 것들이 움직이는 것을 시각적으로 눈치챈다면, 이는 완전히 집중을 하지 못한 것이다. 

     

    컴퓨터 사이언스 교수인 Cal Newport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주변 세상을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집중하는 것을 통해 주변 세상이 형성된다."

     

    유튜브를 보면서 친구들과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요리를 한다거나, 메일을 확인한다거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상 이는 한 가지에 집중을 하면서 동시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멀티 태스킹 (Multi-Tasking)

    Data Processing Digest, 1966

    '멀티태스킹'이란 용어는 컴퓨터 세계에서 유래했다. 1960년대에 만들어진 용어로 컴퓨터가 동시에 두 개 이상의 작업을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컴퓨터도 그러지 못한다. 

     

    컴퓨터가 프로그램 4-5개를 동시에 실행하고 있다고 치자. 실은 그 프로그램들은 동시에 실행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 사이를 단지 빠르게 전환하는 것 뿐이다. (Switch Program)

     

    우리의 뇌도 동일하다. 동시에 모든 프로그램들을 실행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상 프로그램 사이를 전환하는 것이고, 컴퓨터만큼도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집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 프로그램을 오래 실행시켜두는 것이다. 

     

    인간에게 집중은 원래 익숙치 않은 일이다. 즉, 쉽지 않은 일이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90분정도 집중할 수 있다. 인간의 진보는 여러 면에서 그 짧은 주기를 좆은 이야기다. 건물을 설계하고 짓는 일, 약과 이론을 개발하고, 훌륭한 소설을 쓰는 것 등등 이 90분의 짧은 주기가 건설해내는 것이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최고의 무기

    기술이 발달하면서 메시지는 즉각적으로 서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즉각적인 피드백 또는 답변을 요구하게 된다. 메시지 알림은 계속해서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답변을 위해 빨리 기기를 켜도록 만든다. 

     

    레스큐타임에 따르면 보통 이용자는 6분마다 이메일이나 슬랙 같은 인스턴트 메시지를 확인하고, 3분의1 이상은 3분 이하마다 확인한다고 한다. 문제는, 받은 편지함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의지력이 약해서도 아니고, 나쁜 습관에 중독된 것이 아닌, 회사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이란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과거부터 부족과 엉켜 살아왔고, 부족원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오면서 살아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즉각적인 피드백으로 상대방이 실망감을 느끼도록 하지 않는다. 

     

    받은 편지함을 생각하면 미친 과학자가 만들어낸 것 같다. 세상을 정복하려고 할 때 사람들의 집중을 방해할 최고의 무기로 쓰려고 말이다.

     

    받은 편지함을 보면, 당장은 답하기 어려운 모호한 상사의 메일이나, 몇 시가 좋을지도 모르는 일정 요청, 화난 동료의 메일 등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계속 발생한다.

     

    이성적으로는 나중에 답변해도 괜찮단 것을 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안 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있어!"

     

    빠른 피드백

    페이스북은 2000년대 후반에 그 위력을 발견해냈다. 엔지니어들은 많은 사람의 의견이 일종의 '좋아요'의 표현이란 것을 알았다. 즉, 해당 게시물이 좋았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I like it! / I love it! / Love that ~'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그래서 2009년 페이스북은 이렇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을 'Like (좋아요)'라는 버튼으로 만들었고, 뜻밖의 일이 생겨나게 된다.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시물에 쉽고 빠르게 반응해줘서, 게시물이 더 많은 반응을 얻게 되었다. 

     

    이에 따라 다른 SNS 플랫폼들도 앞다투어 비슷한 버튼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컴퓨터 사이언스 교수인 Cal Newport는 자신이 만약 세상을 멸종시키려고 하는 집중 방해 장치를 만드는 미친 과학자라면 이메일과 슬렉이 제1의 선택일 것이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제2의 선택일 것이라고 말한다.

     

    생산성

    유튜브에 보면 생산성의 대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컨텐츠를 쏟아낸다. 다양한 전문용어들이 난무하지만, 사실 그들이 말하는 것들은 아래의 간단한 아이디어들에서 시작한다. 

     

    1. 일과를 정리해서 뭘 해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고, 행동에 나서는 데 시간을 쓸 것 

    2. 에너지 충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쉴 것

    3. 하루에 두세 번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2019

    이러한 방법이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신경질적인 사람은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인간의 집중력은 본질적으로 손상되었는가

    어떤 뉴스에 따르면 인간의 집중력이 본질적으로 이미 손상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TV가 공급될 당시에는 TV가 뇌를 썩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몇십 년 전엔 라디오에 대해 비슷한 우려가 있었고, 그보다 몇백 년 전에는 인쇄기로 찍어내는 책에 대한 격렬한 항의가 있었지만 결국 학자들의 판단이 틀렸음이 증명되었다. 

     

    연구원들은 작업 기억 능력을 집중의 한 대용물로 보는데, 스마트폰이 나오기 한참 전인 1990년대부터 안정적이었다. 

     

    사실 과학자들은 우리의 집중력이 변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1800년대 후반까지 자료를 뒤져봐도 말이다. 

     

    인간의 정신이 스마트폰이나 TV 때문에 약해진 것이 아니다. 책은 말할 것도 없이 말이다. 

    가장 큰 방해 요소는 우리의 '마음'이다. 이는 휴고가 만든 'Isolator'조차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매우 조용한 곳에서도, 50%의 시간은 자기 자신이 방해 요소다."

    이는 휴고 건즈백이 세상에 그의 헬멧을 소개했을 때 이미 인정했다. 

     

    방해 요소의 절반은 스스로 야기한 것이다. (20110507 Why Do I Keep Interrupting Myself?: Environment, Habit and Self-Interruption)

    거의 100년 후 그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방해 요소의 절반은 스스로 야기한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순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언제라도 자신이 없거나 불안하거나 겁이 날 수 있는데, 거기서 탈출해서 상황을 바꾸려는 욕구가 있다. 오늘날은 그것이 매우 쉽다. 기술은 방해 요소이지만, 주의를 딴 데로 돌리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럼 불안 회로가 더 집중하기 힘들게 만들고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집중력이 본질적으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집중력을 위한 연습이 부족한 것이다. 다른 걸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그것을 참는 연습 말이다. 

     

    자신의 숨소리 같은 단순한 것에 집중하고 딴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 조심스럽게 돌아가면 자기 생각과 느낌에 압도되지 않고 좀 더 의식하게 해줘서 긴장을 풀게 도와준다. 명상은 다른 것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 그 충동을 억제할 더 강한 근육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런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아예 충동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애더렐 (Adderall)

    Adderall (애더럴)

    애더럴은 ADHD와 기면증 (Narcolepsy) 치료를 위한 암페타민인데, 뇌에 있는 두 가지 화학 물질의 활동을 증가시킨다. 노르에피네프린 (Norepinephrine)은 정신이 뚜렷해지게 하고, 도파민(Dopamine)은 보상에 대한 욕구를 증가시킨다. 이 두 가지 화학 물질을 결합하면 더 오래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적어도 처음에는 말이다. 이런 흥분제를 장기간 복용했을 때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노르에피네프린 수치가 높아지면 수면을 방해하고, 늘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그 정도 양의 도파민이라면 중독될 수도 있다.

     

    이 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 약을 먹지 않으면 저자극 상태에 빠지고, 약물 없이도 예전처럼 기분 좋게 느끼려 해도 그럴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기질을 완전히 발휘하기 위해 이 약을 복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한 복용자는 에데렐을 끊고 비즈니스를 하다가, 비즈니스 계약이 취소되기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항상 기대에 부응하려는 목표가 있다. 

     

    집중의 중요한 부분은 동기부여다. 어떤 보상을 얻으려는 내면의 원동력 말이다. 이게 없으면 집중은 쉽게 끊겨버리고 만다. 혹은 아예 집중을 하지 못할 수 있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덴마크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라고 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유에 대해 양면적 태도를 보인다. 한편으론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막상 자유로울 땐 은유적으로 말해 중력이 없는 것 같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인생에 족쇄를 채워서 자유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 어느 한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이를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자유로워싶다고 말하지만, 그와 동시에 통제받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리더에게 통제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물론 적절한 통제 말이다.

     

    우리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더 잘, 더 열심히, 더 빨리 일하려고 애쓰면서 정작 우리 자신이 뭘 성취하려 하는지 잊어버리곤 한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바삐 살아가지만, 이후에 회의감에 드는 이유다. 

     

    집중은 늘 절충의 결과다. 더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는 대신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게 된다는 단순한 + - 이론이다. 

     

    또한 집중하지 않는 시간도 필요하다. 자신을 구성하는 미묘한 요소들과 연결될 수 있게 말이다. 연결될 시간과 여유를 줘야하는 것이다.

     

    어쩌면 인생의 가장 거대한 질문은 '궁극적으로 어떤 일에 집중하고 싶죠?' 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수수께끼를 푸는 것은 어렵다. 왜냐하면 그것이 어떤 날인지, 어떤 주인지, 인생의 어떤 시점인지에 따라 답이 바뀌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은 컴퓨터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복잡한 시스템이다. 컴퓨터에게는 특정 알고리즘에 맞춰 작동시킬 수 있다. 어떤 알고리즘을 입력했느냐에 따라 컴퓨터의 마음은 우리의 예상대로 작동한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때가 많다. 

     

    그래서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이 어렵다면, 이러한 질문을 해보자.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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