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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클라 이젤은 신디사이저 중에서도 독특하고 화려한 색상을 가진 악기이다. 확실히 주인 닮은 악기이다. 왜냐하면 이 악기를 발명한 '돈 부클라 Don Buchla' 또한 독특하고 화려한 색상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악기만 봐도 얼마나 주인이 괴짜인지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독창적인 소리를 창조해내는 기계
1965년 샌프란시스코 테이프 음악 센터의 작곡가들이 부클라에게 라이브 연주와 레코딩을 위한 전자 음악 악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부클라는 첫번째 VC 신디사이저 (Voltage Controlled Synthesizer)인 'Buchla Electric Music Box'를 만들었다. 그는 '신디사이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꺼려했는데, 이는 단순히 존재하는 소리들을 조합하여 모방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소리의 모방'을 원치 않았다. 독창적인 소리의 창조를 원했던 것이다.
Voltage Controlled Oscillator (VCO)
전압으로 연주되는 오실레이터를 최초로 디자인 해 낸 사람이 부클라 아저씨다. 전압으로 다이얼을 컨트롤하는 것은 작곡가가 직접 다이얼을 돌리는 것보다 훨씬 빨랐고, 이는 새로운 음악의 시대를 열었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부르는 'West Coast Style of Electronic Music'의 시작인 것이다.
LFO = Modulation OSC
VCO에 반응하는 오실레이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메인 오실레이터를 컨트롤하는 데 필요한 느린 전압을 만들어내는 부차적인 오실레이터가 필요했다. 이것이 LFO (Low Frequency Oscillator)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부클라는 우리가 흔히 부르는 신디사이저도 신디사이저라고 부르기 싫어했던 사람이다. 여기서도 부클라는 LFO란 이름이 아닌 'Modulation OSC'로 단어를 대체하여 불렀다. 그러니까 부클라의 악기 세계관에서 LFO는 Modulation OSC라는 것이다.
LFO는 누가 만들었나
그럼 LFO는 누가 만들었는가? Modulation OSC는 돈 부클라가 만들었고...ㄹ..ㄹ버..트..그렇다. 로버트 무그다. 오실레이터를 컨트롤하는 Slow Voltages (LFO)는 로버트 무그가 고안해 냈다. 특히 무그의 큰 업적 중 하나로 Envelope를 들 수 있다. 이 엔벨롭은 현존하는 거의 모든 악기의 음색을 모방해낼 수 있고, 더 복잡한 전압 흐름을 만들 수 있었다. 엔벨롭이라고 하면 신디사이저에 무조건 달려 있는 ADSR이다. 각 악기의 ADSR 특성을 안다면, 이걸로 그 악기의 소리를 모방해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신디사이저를 보면 수많은 모듈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모듈들을 결합하여 하나의 기본적인 모듈 구조를 만들어낸 사람이 무그다. 무그는 특히 소리를 필터로 조각해내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무그의 악기들은 오실레이터에서 강력한 사운드 소스를 뿜어내고, 이를 필터로 예쁘게 조각해 낸다. 그리고 이 복잡한 기계덩어리에 키보드를 부착하면서, 이 악기를 좀 더 대중적으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모듈들을 결합하는 로버트 무그의 스타일은 'East Coast Synthesis'라고 부른다.
최초의 세미 모듈러 신디사이저
이젤은 최초의 세미 모듈러 신디사이저이다. 모듈러 신디사이저가 큰 성공을 거든 것은 작곡가나 연주자들에게 소리를 만드는 것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모듈러 신디사이저는 각 모듈이 완전한 기능을 이행하고, 그 수많은 모듈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악기이다. 부클라가 만든 이젤과 무그가 만든 미니무그는 이에 대한 좋은 예이다. 이들은 모두 이러한 방식으로 모듈들을 조화시키고, 그 어떤 악기들보다 독특하고 차별화된 악기였다.
캔버스에 소리를 그려라
원래 키보드가 없는 부클라 이젤은 "The Electric Music Box"라고 불렸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이름을 쓰지 않고, 이 악기의 닉네임인 "The Easel"로 부른다. 여기서 '이젤'이란 화가들이 사용하는 이젤이다. 화가들은 그들의 미술작품을 그릴 때 캔버스를 이젤에 올려두고 그림을 그린다. 음악가들이 연습을 할 때 보면대에 악보를 두는 것 처럼 말이다. 이젤은 소리를 캔버스에 그려내는 데 완벽히 캔버스를 지지해주는 지원자이다.
내 악기에 키보드는 절대 달지 않을 것이네
부클라는 오랫동안 그의 악기에 키보드를 달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에게 있어서 신디사이저는 실험적인 음악과 실험적인 연주자를 위한 도구가 되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신디사이저에 키보드를 다는 것은 전통적인 스케일과 음악의 관습에 빠져버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전통적인 도구인 키보드를 달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부클라는 이 신디사이저가 좀 더 새롭고, 실험적인 악기가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평범치 않은 키보드
하지만 결국 1972년 부클라는 이젤에 키보드를 달아주었다. 근데, 부클라가 누구인가!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아닌가! 키보드도 그냥 키보드를 달지 않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키보드는 물리적으로 누르면, 그에 따라 일정 깊이로 손가락이 쑤욱 들어간다. 하지만, 부클라가 추가한 키보드는 그냥 고정되어있다. 아무리 세게 눌러도 우리가 생각하는 키보드처럼 일정 깊이로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마 애플 트랙패드를 사용해 본 사람은 쉽게 이 느낌을 알 것이다. 분명 나는 트랙패드를 눌렀고, 이에 컴퓨터가 반응했는데, 물리적으로 트랙패드는 들어가지 않았다. 이 키보드도 마찬가지다. 키보드가 쑤욱 눌리지는 않지만 내가 누른 정도, Velocity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복잡한 오실레이터
그는 "The Complex Oscillator"라고 불리는 더욱 향상된 오실레이터를 이젤에 넣었다. 이 오실레이터는 복잡한 오디오 파형을 생성해낼 수 있다.
이 악기는 12개에서 15개에 달하는 간단한 모듈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모듈들을 사용해 아주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간단한 모듈들을 혼합하여 생성해낼 수 있는 사운드의 경우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라...아주 흥미롭지 않은가.
레지스터와 필터
이젤은 필터 또한 자신만의 버전으로 단어를 만들어 불렀다. 부클라는 필터를 'Dual Lo Pass Gate'라고 불렀다. 여기에는 신호에 반응하여 빛을 내는 레지스터가 있다는 점에서 다른 필터들과는 조금 차별화 된다. LED가 빛을 더 방출할 수록, 레지스터는 이것을 통해 흐르는 신호를 줄인다. 부클라는 이러한 레지스터의 특성을 음악적인 방법으로 적용해 낸 최초의 발명가이다.
길 잃은 모험가를 위한 새로운 제안
이젤은 독특한 패칭 시스템을 갖고 있다. 모듈식 무그 또는 유로렉 시스템에 패치를 다뤄본 적이 있다면, 패치를 만들다가 어느 순간 스파게티처럼 엉켜 있는 '스파게티 숲'에 도착한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다가 멈춰서 생각하게 된다. "이게 왜 이렇게 연결되어 있지?" "난 어떤 의도로 이러한 패칭을 했었지?" 그렇다. 숲 속을 탐험하다가 길을 잃은 것이다. 얼마나 절망적인가.
부클라는 다행히도 이러한 스파게티 숲에 빠지는 탐험가들을 불쌍히 여겨 다소 다른 패칭 시스템을 고안해 냈다. 모든 패치 포인트가 신디사이저의 하단에 집중되도록 한 것이다. 대부분의 패치 연결들은 짧은 바들에 의해 행히지고, 연결된 모듈들은 포개어지는 케이블을 사용하여 패치 케이블에 의해 가려질 수 있는 슬라이더와 다이얼은 가려지지 않게 해놨다.
패치 포인트와 연결된 모듈에 대해 컬러 코딩을 매우 직관적으로 잘 해놨기 때문에, 다른 모듈러 신디사이저에 비해 패칭이 더욱 용이하다. 우리는 글을 쓰거나, 공부를 하거나, 복잡한 것들을 수행하는 데 '색깔'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떠올릴 수 있다. 빨간 밑줄과 파란 밑줄, 그리고 형광펜 등 자신만의 컬러 코딩으로 복잡한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신디사이저에도 적용해 패칭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완화시켰다.
이젤을 한 마디로 요약해보자.
"컬러풀한 사람이 만든 컬러풀한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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