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참 복잡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항상 '미니멀리스트' 정신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사지 않아도 될 것을 사게 되고, 그런 것들은 쌓이게 된다. 쌓인 것들은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마음 한 켠에 움츠려든 공벌레마냥 남아있다.
물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생각도 그렇다. '무엇인가를 해야지!'하고 머릿 속에 띄워놓고서는 이것 또한 움츠려든 공벌레의 옆에 무당벌레가 친구가 되려고 달라 붙는다. "정원과 서재를 가지고 있다면, 필요한 모든 걸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키케로가 말했다. 나는 언제쯤 키케로의 덕목을 체득할 것인가. 이런 정신을 가지고 계속 살아간다면, 한발짝 한발짝 다가설 수 있을까. 서두르지 않고 한발짝 한발짝 씩 말이다. 항상 서두르지 않는 자연을 본받아야 한다..
Shazam 이라는 음악 검색 플랫폼이 있는데, 창업자인 크리스 바톤은 자신의 플랫폼이 고객들에게 두 가지 가치를 주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기쁨과, 단순함이다. 샤잠을 써본 사람이 있다면, 다들 공감할 것이다. 누르고 싶게 생긴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 흘러나오는 음악이 검색된다. 이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예전에는 흘러나오는 음악을 검색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떠올려보면,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단순한 것은 더 많은 효력을 갖는다고 한다. 단순함을 이루어내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단순해지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스티브 잡스도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머릿속을 깨끗하게 정리하려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아랍인들도 이러한 생각을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표현했다. "그것을 이해하려면 실력이 없어도 된다. 그것을 글로 쓰려면 정복해야 한다." 즉, 이해라는 것은 머릿 속에서 정보의 단순화가 덜 이루어진 것이고, 글로 써내려갔을 때 비로소 완전한 단순화가 이루어져 정복한 것이라는 의미다. 나는 이 말이 큰 공감을 하는 것이, 내가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것도, 글로 다시 표현하려고 하면 꽤나 시간도 많이 들고, 어려운 과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또 텍스트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계속 글자라는 매체로 변함없이 기록된다는 것이 일종의 압박감을 주면서, 깊이감을 더하는 것 같다. 마치 필름 카메라처럼 말이다. 그때 그 순간을 계속 간직할 수 있다는 매력과,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을 내 추억에 필름처럼 남겨놓는다는 것이 참 재미있는 일이다.
브랜드도 이름이 단순해야 한다. 단순하면서 명료한 이름 말이다. 지금도 바로 떠오르는 브랜드들을 생각하면, 모두 단순한 이름인 것 같다. 디즈니, 애플, 아마존, 처갓집, 미스터피자, 구글. 명료하면서도 이들만의 아이덴티티가 확 들어온다. 애플하면 당연히 전자기기가 떠오르고, 처갓집하면 양념치킨, 미스터피자하면 포테이토피자 (개인적 취향), 구글하면 서비스. 이는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음악에서도 단순한 것이 기존의 통념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4분 33초로 유명한 존 케이지의 "Imaginary Landscape"라는 곡도, 전자 파형 중에 가장 단순한 라디오 사인파로 음악을 만들었다. 근데 4분 33초가 더 던순한 것 같기도 하지...만 얼마전에 4분 33초의 의미를 듣고, 음악은 단순하지만, 사상은 심오하다고 생각했다. 1초=60초x4=240+33=273초 (4분 33초), 273=절대온도로써 지구 상에 있는 모든 것을 녹인다. 곡에서 아무런 소리가 없는 나오지 않는 것도, 지구 상에 모든 것이 녹았기에 그런 것이다. 갑자기 딴 소재로 핸들을 옮겼지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순수한 파형, 단순한 파형의 미학이었다.
광고도 단순 노출이 중요하다. 생각보다 이 단순 노출이라는 것이 무섭다. 특히 TV조선에서 트로트 경연을 구경한 후에는 광고에 꼭 '임티'가 나오더라. 근데 사실 광고를 본 후에도 저게 뭔지 모른다. 물인지 비타민인지, 장난감(?)인지..그런데, 난 광고기획자의 덫에 걸려버렸다. 내 손가락이 뇌에서 시키지도 않는데, 자기 혼자 네이버에 임티가 무엇인지 검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도 안되는 말이지만, 말도 안된다.)
처음에는 절대 임티를 검색해보지 않을 것이라며 임티에 대한 일종의 경멸감을 갖고 있었는데, 익숙함은 경멸을 낳지 않는다고, 어느 순간 입에 착 달라 붙는 것이..귀엽기도 한 것 같고...(무슨 말인지)
비유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어려운 내용을 설명해주기 위해 비유를 사용하는데, 복잡한 단어나 문장을 구사하면, 내 설명이 끝난 후에 상대가 눈을 감고 코를 골고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릴 것이다.
자동차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한 포드도 모델 T라는 가성비 자동차를 만드는데, 다음과 같은 자신의 철학을 선포했다.
"나는 수많은 일반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생산할 것이다. 최고의 재료를 쓰고 최고의 기술자를 고용하여 현대 공학이 고안할 수 있는 가장 소박한 디자인으로 만들 것이다. 그렇지만 가격을 저렴하게 하여 적당한 봉급을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구입해서 신이 내려주신 드넓은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할 것이다."
단순함에는 이점이 되게 많다. 하지만 단순해지려 하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나도 요즘에는 갖고 있는 정보들을 많이 단순화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단순화시킨다는 것이 좀 더 가시적으로 정갈하게 만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두서없는 정보에 제목이나 부제목을 붙여 정리를 한다거나, 정보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을 첨부해주던가 말이다.
아무튼 생각이든 정보든, '단순화'시키는 것은 현대인일수록 계속 훈련시켜나갈 과제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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